기록하고 싶은 날 39

정리의 비밀

나는 마음이 복잡해지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는 정리를 한다. 청소도 좋고 빨래도 좋다. 가수 이적의 '빨래'라는 노래에는"빨래를 해야겠어요.......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나을까 싶어요 잠시라도 모두 잊을 수 있을지 몰라요"라는 가사가 있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마치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킨 것만 같아 마지막 음이 끝날 때까지 숨죽이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가 보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비슷한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름 많이 있겠구나 싶으니 왠지 든든한 기분까지 든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서 밀리의 서재라는 온라인 독서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평소 독서를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또 한국에서 책 주문을 종종 하는 나로서는 신세계를 ..

새해 그리고 생일

2024년, 새해가 또 찾아왔다. 새해가 되면 왠지 모를 설렘과 기대들로 그 여운이 좀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그 누구보다도 한 살을 금세 얻게 되는 나로서는 새해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은 그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물론 내 생일이 기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넘치는 축하와 사랑의 마음들이 매년 끊이지 않고 찾아오니 나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올해 내 생일에도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축하의 메시지들과 정성 어린 선물들이 도착했고 그 어느 때 보다도 나는 충만한 행복감에 빠져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축하와 사랑을 받을 수 있음도 그저 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가슴 아픈 출생의 비화(?)가 있다.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매년 내 생일이 되면 나는 잠깐 우울해..

캘리클라쓰체 무료 나눔

지난 5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글씨체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너무도 감격스럽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한글 500자 + 영문, 기호 포함 모두 700자를 내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며 흔하지 않은 소중한 경험을 했다. 아무래도 틀리지 않으려고 긴장하면서 한번에 써 내려간 글씨들의 조합이라 원래의 내 글씨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처럼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한글 폰트 영문 폰트가 모두 가능하고 무료로 누구나 다운 받을 수 있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이쁘게 쓰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캘리클라쓰체 폰트 무료다운 링크 (1) 문자동맹 폰트거래소 오픈마켓 [세계인한글글씨대회-캘리클라쓰] 궁금한 점 있으시면 문의해주세요! 교환/환불 및 배송관련 문의는 고객센터 1:1문..

독한 (마음)감기 예방접종

올해도 여지없이 독감 예방접종을 맞고 왔다. 누군가는 독감 예방접종을 맞으나 안 맞으나 똑같다고 하지만 매년 감기를 달고 살았던 내가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후부터는 한 번도 심하게 감기를 앓아본 적이 없기에 그 후로 나는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상당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순간 따끔하고 하루정도 팔이 뻐근하거나 나른함을 겪은 이후로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지낼 수 있고 겨울 내내 마음이 든든하다. 그동안 블로그도, 즐겨 작업하던 손글씨 관련 유튜브도 어느 순간부터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수개월이 흘렀고 오늘 내 안에 아직 남아있는 작은 용기를 끄집어내어 다시 자판 위에 손을 얹어본다. 독감은 시즌이 정해져 있어 미리 예방할 수 있지만, 마음에 걸린 이 지독한 마음감기는 계절에 상관없이 찾아온다. 예..

신세

삶은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들의 연속이라는 식상한 표현은 소설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의 삶은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나름의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앞에서는 가능하던 많은 것들이 하루아침에 불가능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사실을 이제야 피부로 깨닫는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목구멍이 쌔~한 느낌이 들었다. 워낙 봄이 되면 알러지로 고생을 하는 나 이기에 밤에 알러지 약을 먹으면서 자고 나면 목 아픔도 조금 나아지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목 아픔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숨도 좀 가빠지고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코로나 자가키트로 검사를 해보니......ㅠ.ㅠ 선명한 두줄이 보였다. 믿을 수 없었고 믿기 싫었지만 요즘 너도 나도 걸린다는 오미크론에..

오늘, 지금의 나

2022년 5월 8일 주일, Mother's Day 오후다. 올해는 정확히 한국의 어버이날과 Mother's Day가 겹친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뜻깊은 날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머릿속에 너무 많은 생각들로 글이 써지지가 않는다. 머릿속 온갖 생각들이 서로 충돌해서 결국엔 어떠한 뜻밖의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만 같아서 그냥 생각의 흐름을 일부러 차단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매일매일이 무의미 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매일 웃고 즐기고 누리며 감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단지, 내 마음속에 해결하지 못한 그리고 내 의지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그 어떠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일부러 차단하고 살고 있다는 말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5년 다..

특별상이라 더욱 특별한 상

손글씨를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언제부터 인가 컴퓨터로 편지를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막상 펜과 종이를 들고 필기를 하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어릴 때 좋아하던 일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바로 손글씨 쓰기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나는 손글씨를 쓰는 것이 익숙한 아이였다. 학창 시절 ‘서기'라는 타이틀을 꽤나 오랫동안 유지하였기에 학급일지를 매일 교무실에 갖다두어야 한다는 명목하에 좋아하는 선생님을 매일 볼 수 있는 특혜 아닌 특혜도 누려 보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손글씨 쓰기를 정말 즐겨했던 아이 었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땐 일기를 썼고, 직접 편지지를 꾸며서 친구들에게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던 감성이 충만한 ..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복이있다

9월 12일 주일 새벽, 담임목사님께서 꿈을 꾸셨다고 한다. 넓은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난로의 큰 불씨가 꺼져서 뚜껑을 열어보니 하얀 재만 남아있어 크게 안타까워하며 꿈에서 깨셨다고 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김목사님의 사모님께로부터 전화를 받으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김목사님께서는 주일새벽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성도들과 함께 금식기도표를 만들어서 정말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지만 하나님의 기도응답은 목사님을 그만 아프시게 하고 당신의 품으로 빨리 데려와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목사님께서 돌아가신 그날, 주일예배의 기도 순서가 나였다. 너무도 슬퍼서 제대로 기도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다가 단상에서 내려오면 어떻게 하지? 걱정..

삶과 죽음의 거리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죽음'에 관련된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이겠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과 너무도 가까이 맞닿아 있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잘 알고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교회에 출석하시는 원로목사님께서 많이 아프시다. 1년여의 지독한 항암치료 끝에 결국 큰 호전 없이 목사님의 상태는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만을 의지해야 하는 상태가 되셨다. 의지도 강하셨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항암치료에 임하셨는데 결국엔 어떤 약도 목사님의 암세포와 싸워서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주일 힘겹게 단상에 오르셔서 축도를 마치시고 댁에 돌아가신 이후 목사님의 상태는 크게 악화되셨다. 몸에서는 어떤 음식물도 받아들이려하지 않고, 물 한 모금조차도 제대로 삼키시..

진정한 사과

9월이다. 여름도 아닌 것이 가을도 아닌 것이 날씨도 기분도 애매해지는 9월.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느달 보다도 기다려지는 9월이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과, Honeycrisp(허니 크리스피)을 최고로 싱싱하게 맛볼 수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뉴욕과 뉴저지 근교에는 사과농장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해마다 9-10월에는 자연스럽게 나들이 겸 사과농장을 자주 가게 된다. 농장에 가면 나무에 열린 사과를 맘껏 배불리 먹을 수도 있고 농장에 딸린 Farmer's Market에서 갓 구워 파는 애플 도넛과 콘버터, 애플 사이다 등등 갖가지 즐거운 먹거리가 있긴 하지만 단연코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은 바로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Honeycrisp이다. 새콤 달콤 아삭아삭. 이 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