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날 39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나에게는 항상 어린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그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친구들이나 간접 경험들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나는 그들보다는 사랑을 덜 받고 자랐다는 것이다. 내가 느낀 감정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사랑의 표현을 덜 받으며 살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어릴적에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일수록 스스로 사랑의 표현에도 적극적이고 매사에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갈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알게 됬다. 왜냐면 그들에게는 든든한 백그라운드, 자신이 실수하고 넘어져도 한없이 포용해주고 사랑을 표현해 주는 가족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용기가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후, 나는 참 ..

또 다른 재능

코로나가 우리 삶에 가져다준 또 다른 변화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하는 일이다.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회사 업무를 보고 가족들과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됨에 따라 좀 더 넓은 집, 좀 더 개인적인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공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집을 알아보는 수효가 늘었다고 한다. 또한 그동안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집안 곳곳의 문제들이 눈에 들어와서 집수리나 오래된 물건 정리 등등을 하는 사람들이 엄청 늘었다고 한다. 하긴,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올 겨울에만 옷장 정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정리를 해도 해도 또 정리할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 동안 잘 써오던 가구들이 갑자기 불편하게 느껴졌고, 어느새 인터넷으로 새 가구들을 검색하고 있..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

어느덧 2021년의 첫 달을 보내고 2월의 시작점에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2020년을 돌아볼 틈도 없이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나는 또 2021년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코로나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져 버렸고 이제는 그러한 변화들이 일상이 되고 당연함이 되었다.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집안의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고, 자주 정리정돈을 하는 편임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자꾸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먼저 안입는 옷들을 정리했고, 추억이라 여겨 미국까지 꾸역꾸역 싸가지고 온 손때 뭍은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했고, 서류들을 정리 정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여전히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왜일까....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정리해야 할 것은..

2020 크리스마스 카드만들기 프로젝트

중학교 이후로 처음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본다. 생각보다 너무 설레고 즐겁다. 앞으로 하루 한두개씩 틈나는 대로 만들어 보려 한다. 언제부턴가 이메일로, 메신저로, 또 SNS로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너무도 편리하게 보내며 살아온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도 많는 곳에 큰 의미없는 글들을 남발한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와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럽게 꾹꾹눌러적은 카드에 우표를 붙여서 보내보려 한다. 나 혼자만의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기 프로젝트. 덕분에 의미있고 행복한 연말을 보내게 될것 같다.

민트향 품은 소소한 일상의 기록

2020년의 달력이 이제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몇 안 되는 나뭇잎만큼 몇 장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내 마음의 시계는 코로나로 인해 평범하던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니기를 시작한 3월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들이 물을 돈주고 사 먹게 될 거라고 했을 때 반 전체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막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거짓말 같던 일들이 일상되고 현실이 되어 있다. 우리가 마스크를 이렇게 매일 써야하고, 또 마스크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서 대량으로 구입해서 집에 몇 박스씩 쌓아두고 살게 될 거라고는 불과 작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한국 뉴스기사를 보니 올해는 졸업사진에도 마스크를 쓰고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마스크로 가려진 친구들..

사슴이의 위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요즘이다. 무언가를 하고싶은 마음도, 흥미도, 관심도 갑자기 나에게서 싹 다 빠져나가버린 것만 같은 그런 상태. 그렇게 좋아하던 글씨쓰기도, 좋아하는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다 재미가 없어졌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오던 찰나에, 문득 창밖을 쳐다봤는데 뒤뜰에 어린 사슴 한 마리가 너무도 편안하게 앉아있었고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마치 사슴이가 나를 위해 찾아와 준 것만 같은 그런 상황. '캘리야, 힘드니? 힘내! 내가 응원할게'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렇다.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일상에서도 우리에게는 수많은 감정들이 찾아오고 또 그 감정들 사이에서 우리는 그날 어떤 감정을 장착할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진다. 순..

나이 듦에 대한 고찰

제목이 거창하기만 하다. 사실 그냥 요즘 나 스스로가 느끼는 나에 대해 두서없는 글을 써보기 위해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았을 뿐이다. 요즘은 시간이 참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월요일인 줄 알았는데 벌써 수요일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까? 20대에는 뭘 해도 시간이 참 더디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평생 젊음과 열정과 원대한 꿈이 내 곁에 있어줄 것만 같았다. 맨얼굴로 돌아다녀도 내 피부는 자외선의 공격을 절대 받지 않고 언제나 티 없는 피부를 유지할 것이며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날씬하고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할 것만 같았다. 30대에는 나는 비록 30대 이지만 모두가 나를 20대로 볼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착각 속에 살았다. 무언가 일을 시작하면 잘 진척이 되었고 또 그만한 능력이 나에게는..

여름과의 작별

그 어느 날 보다도 하늘이 맑고 푸르렀다. 마지막으로 여름과 마주하는 그런 날이라고 내가 정했다. 일기예보의 날씨가 오늘까지만 70도 대를 보이고 앞으로는 추워질 날만 남았다. 올여름엔 여행 한번 떠나보지 못하고 시시하게 여름을 흘려보냈다. 약이 올라 죽겠다. 코로나 요 녀석만 아니었으면.... 아침부터 햇살이 쨍쨍하게 내리쬐더니 나를 밖으로 부르는 손짓을 한다. 올해 마지막 여름이니 나와서 잠시 인사하자고 바람이 살랑 하고 부른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시간 집 앞 공원에 나가서 파아란 하늘을 실컷 바라봤다. 그리고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올여름 너도 애썼을 텐데 잘 가라고... 내년엔 마스크 안 쓰고 만났으면 좋겠다고 찡끗 눈인사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분명 나갈 때는 여름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