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날

삶과 죽음의 거리

캘리 E. 2021. 9. 8. 08:06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죽음'에 관련된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이겠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과 너무도 가까이 맞닿아 있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잘 알고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교회에 출석하시는 원로목사님께서 많이 아프시다.

1년여의 지독한 항암치료 끝에 결국 큰 호전 없이 목사님의 상태는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만을 의지해야 하는 상태가 되셨다. 

의지도 강하셨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항암치료에 임하셨는데 결국엔 어떤 약도 목사님의 암세포와 싸워서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주일 힘겹게 단상에 오르셔서 축도를 마치시고 댁에 돌아가신 이후 목사님의 상태는 크게 악화되셨다.

몸에서는 어떤 음식물도 받아들이려하지 않고, 물 한 모금조차도 제대로 삼키시지 못하시는 목사님을 뵙고 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다.

그 누구보다도 정직하시고 올곧게 평생 목회의 길을 걸어오신 목사님에게 왜 이런 시련이 와야 하는것인지 하나님을 잠시 원망하고 싶다가도 하나님의 크신 섭리 가운데 거하심을 알기에 그저 눈물의 기도만 하나님께 조용히 올려드린다.

 

의사인 김범석 작가의 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를 읽어가면서 죽음은 너무도 우리에게 가까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갈 뿐, 주변에는 젊은 암환자들도 많고 불치의 병으로 원인도 모르게 시들어 가는 영혼들도 있으며 사건과 사고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가는 가엾은 인생들도 많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정말로 소중하고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데 마치 평생을 살것처럼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이기에 오늘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리석음이 안타깝다. 

 

이제 40여년을 살아온 나는 과연 나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 가야 할까? 준비를 하고 싶다고 준비를 할 수는 있을까?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지금도 병상에 누워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만을 사모하고 계시는 김목사님의 연약해진 육체위에 하나님의 치료의 광선이 내려와 조금씩 조금씩 회복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