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날

진정한 사과

캘리 E. 2021. 9. 4. 07:01

 

 

Photo by Kelly E.

9월이다.

여름도 아닌 것이 가을도 아닌 것이 날씨도 기분도 애매해지는 9월.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느달 보다도 기다려지는 9월이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과, Honeycrisp(허니 크리스피)을 최고로 싱싱하게 맛볼 수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뉴욕과 뉴저지 근교에는 사과농장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해마다 9-10월에는 자연스럽게 나들이 겸 사과농장을 자주 가게 된다. 농장에 가면 나무에 열린 사과를 맘껏 배불리 먹을 수도 있고 농장에 딸린 Farmer's Market에서 갓 구워 파는 애플 도넛과 콘버터, 애플 사이다 등등 갖가지 즐거운 먹거리가 있긴 하지만 단연코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은 바로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Honeycrisp이다.

새콤 달콤 아삭아삭.

이 Honeycrisp은 9월 초에만 딸 수 있다.

마트에서 파는 Honeycrisp은 농장에서 따는것 보다 가격이 더 비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무에서 갓 따온 사과의 맛을 따라올 수가 없다. 아~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ㅋㅋㅋ

 

문득 '사과'라는 단어는 여러모로 참 행복한 단어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대학교 입학 에세이 주제로 '지금까지 받았던 선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무엇인지'가 나왔는데 한 학생이 자기가 친구에게서 받은 진심 어린 '사과(apology)'에 대해서 에세이를 썼고 멋지게 그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라디오 작가 김재연씨의 책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에도 사과에 대한 멋진 표현이 나온다.

 

"마음에만 담아두고 

혼자만 알고 있으면

어느새 푸석해져서

못 쓰게 되는 말.

 

마음이 푸석해지기 전에

그들이 부스러지기 전에

그들에게 지금 말해야 한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 김재연/ 마음이 푸석해 지기 전에/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중에서...

 

마음이 푸석해 진다는 표현이 참 공감이 간다.

그리고 푸석해진 사과만큼 맛없는 사과도 없을 것이다.

 

나도 사과하고 싶고, 제대로 사과받고 싶다.

이미 마음이 푸석해질 대로 푸석해졌지만

그래도 매년 사과나무에 새로운 사과가 열리듯

우리의 마음에도 새로운 기회들이 주렁주렁 열리기를 소망해 본다.

진정한 사과의 기회들 말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내 마음의 밭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은혜와 소망과 사랑의 거름으로 내 마음이 먼저 건강해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감사의 조건들을 생각하며 기도한다.

Count my bless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