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날

신세

캘리 E. 2022. 5. 29. 13:49

삶은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들의 연속이라는 식상한 표현은 소설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의 삶은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나름의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앞에서는 가능하던 많은 것들이 하루아침에 불가능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사실을 이제야 피부로 깨닫는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목구멍이 쌔~한 느낌이 들었다. 워낙 봄이 되면 알러지로 고생을 하는 나 이기에 밤에 알러지 약을 먹으면서 자고 나면 목 아픔도 조금 나아지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목 아픔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숨도 좀 가빠지고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코로나 자가키트로 검사를 해보니......ㅠ.ㅠ 선명한 두줄이 보였다.

믿을 수 없었고 믿기 싫었지만 요즘 너도 나도 걸린다는 오미크론에 걸린 것이었다.

그렇게 조심한다고 마스크를 쓰고 또 쓰고 손을 씻고 또 씻고 유난을 떨어봤지만 결국 나도 그 중의 한명이 된 것이었다.

솔직히 무언가 내 몸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워낙 소문이 무성한 그 코로나의 증세가 앞으로 어떻게 내 몸에서 펼쳐질지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병원에 빨리 연락해서 화상진료를 하고 항생제와 몇가지 약들을 처방 받아 복용한 덕분에 그나마 큰 고통 없이 일주일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름 앓을 건 다 앓고 (목 아픔, 기침, 가래, 몸살, 숨가쁨, 오한, 열, 식은땀 기타 등등) 결국 8일정도 지난 지금,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일주일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격리생활 한다고 삼시 세끼 빠짐없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방 앞에 대령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맛있은 음식과 과일등을 집에 보내준 교회성도님들, 그리고 방안에서 지루하고 답답할 까봐 즐거운 볼거리를 보내준 친구, 메시지로 기도로 안부를 전해준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창문 틈으로 반갑게 찾아와준 5월의 햇살과 향기로운 바람.... 위의 작가가 쓴 글처럼 나는 정말 어느 것에도 신세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 많은 사랑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 이 많은 것에 신세를 진 것이 죄송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너무나도 황송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아픔이 감사한 점은 누군가가 비슷한 아픔을 겪게 될 때 진심으로 공감하며 기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장착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롭게 장착된 새로운 능력으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랑과 기도를 나누며 살아가는 한걸음 더 성숙된 내가 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