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찾아온 좋은 글 20

용서의 꽃

용서의 꽃 이해인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용서하지 않은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든 날이 있습니다 무어라고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부끄러움을 대신해 오늘은 당신께 고운 꽃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토록 모진 말로 나를 아프게 한 당신을 미워하는 동안 내 마음의 잿빛 하늘엔 평화의 구름 한 점 뜨지 않아 몹시 괴로웠습니다 이젠 당신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참 이기적이지요? 나를 바로 보게 도와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직은 용기 없어 이렇게 꽃다발로 대신하는 내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슬픔을 쓰는 일

나는 정신실 작가님(사모님)의 글들을 참 사랑한다. 내가 처음 사모님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은 '나의성소 싱크대 앞'이라는 책이었다. 제목이 재밌었고 꼭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었다. 처음에는 언니에게 선물해 주려고 책을 샀다가 첫 표지를 여는 순간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 때 까지 책을 덮지 못했다. 그때가 새벽 2시였다. 사모님의 필체는 확실한 매력이 있다. 마치 친한 언니가 내 바로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친근함이 있다. 그래서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덮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책은 조금 천천히 읽었다. 아니 그럴수 밖에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티슈가 필요했고 마음의 정돈도 필요했다. 어머니를 잃은 마음이 슬퍼서, 너무 슬퍼서 쓸 수 밖에 없었던 사모님의 마음이 생각나서 ..

언젠가는 사랑 미움 모두 넘어

밤이 되면 어김없이 켜켜이 쌓여있는 규정할 수 없는 감정들이 나를 찾아온다. 그러면 나는 습관처럼 침대 옆에 놓인 시집을 꺼내 들고 무작정 한 페이지를 열어 그 시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 본다. 언젠가는 사랑도 미움도 용서도 알량한 그 잘 잘못들도 다 넘어 시에게 도움받지 않고도 마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이 마지막 날이 되지 않기를 밤 하늘에 간절히 기도해 본다.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정호승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 놓은 강아지도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개나 사람이나 풀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리고 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

다시 생각하는 주기도문

남미 우루과이의 작은 성당의 벽에 [다시 생각하는 주기도문]이라는 글이 적혀있다고 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라고 하지 마라. 세상일에만 빠져 나 혼자만 생각하며 하나님의 아들, 딸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고 하지 마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나라이 임하옵시며”라고 하지 마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더 원하면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고 하지 마라. 죽을 때까지 먹을 양식을 쌓아두려 하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해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옵시고”라고 하지 마라. 누구에겐가 아직..

그런 사람으로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시가 마음에 훅 하고 들어온다. 처음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솔직히 조금 실망(?) 아닌 실망을 했었다. 유명한 시집 치고는 표현이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너무 1차원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읽을수록 그 단순함과 솔직함이 계속 마음을 맴돌아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준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이 될까? 나를 기억이나 할까? 내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보며 지나온 내 모습들을 되짚어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겨본다. 시간이 오래 흘렀어도 떠올려 봤을 때 은은한 향기를 발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너를 두고

내가 이 시집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오뚜기의 딸, 함연지 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아버지이신 함영준 회장님이 직접 딸에게 이 시집을 선물해주고 읽어주는 모습이 퍽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던 대기업 회장의 모습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너무도 가정적이고 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넘치는 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저런 다정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함연지 씨 이기에 저렇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거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어렵고 소통하기 쉽지 않은.... 그런 어색함이 있다. 아직도... 그래서 그런지 딸에게 시집을 사서 선물해주고 무한한 사랑을 매 순간 고백해주는 모습이 너무 멋졌고 동시에 나에게는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나도 언젠가는 아버지..

시장길

내가 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가 시를 읽으면 나를 그 공간으로 금세 데려가 주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의 이 시를 읽을때 마다 내 마음은 한국의 어느 재래시장의 한 복판을 걷는 기분이 든다. 작년 오늘, 나는 서울의 한 재래시장을 걷고 있었다. 그날의 감동은 정말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예전보다 달라진 점도 많았지만 내가 그리워하던 시장의 모습은 여전했다. 이곳저곳에서 풍겨져 나오는 구수한 방앗간 냄새, 통닭 냄새, 지글지글 전 부치는 냄새, 생선가게의 비릿한 냄새... 밤을 좋아하는 나는 저 1되에 5천원 밖에 하지 않는 공주 밤을 아쉽게도 맛보지 못했다. 호텔에 묵고있었기 때문에 요리해 먹을 공간이 없어 사지 못했다는....ㅠ.ㅠ 슬픈 사연이 있다. 어쨌든 오늘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다시 1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