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날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

캘리 E. 2021. 2. 3. 14:39

 

Photo by Kelly E.

 

어느덧 2021년의 첫 달을 보내고 2월의 시작점에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

2020년을 돌아볼 틈도 없이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나는 또 2021년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져 버렸고 이제는 그러한 변화들이 일상이 되고 당연함이 되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집안의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고, 자주 정리정돈을 하는 편임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자꾸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먼저 안입는 옷들을 정리했고, 추억이라 여겨 미국까지 꾸역꾸역 싸가지고 온 손때 뭍은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했고, 서류들을 정리 정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여전히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정리해야 할 것은 내 눈에 보이는 물건들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생각의 짐'들이었다. 

과거의 실수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나 자신과,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이유없는 불안감들, 그리고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피해의식 그리고 일일이 열거할 수 조차 없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수많은 근심 걱정들.....

오늘 우연히 교육방송에서 하는 미술강연 프로그램을 통해서 모네의 삶과 그의 명언을 읽게 되었다.

"대중이 내 그림을 보고 왈가왈부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인생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의 것이다."

- 클로드 모네 -

그러고 보면 나는 퍽 오랜 시간을 남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에 너무도 신경을 쓰고 살아왔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던 그 '생각의 짐'들 속에는 분명 그러한 종류의 짐들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서 창조해 주신 특별한 존재 임에도, 스스로의 가치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내가 행복하고 내가 만족해야 더 많이 더 멀리 더 깊이 사랑과 행복의 에너지를 주위에 전하며 살 수 있는 것인데

언제나 나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먼저 해왔던 것 같다.

때로는 남들을 너무 배려하느라 정작 나 스스로를 배려하지 못했고 나 자신의 생각들을 좀더 경청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사실들을 조금씩 직시하고 인정하고 불필요한 생각들을 비우려고 노력해보니 비로소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게 되었고, 주어진 여건에 좀 더 만족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좀더 사랑하기로 맘먹게 되었다.

만족하는 삶이 주는 평안과 기쁨, 그리고 그로 인한 긍정의 에너지들은 매 순간 감사의 조건들을 보이게 해 준다.

오늘은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감사하고,

사랑하는 친구의 생일이어서 감사하고,

모네의 명언을 통해서 한번 더 내 인생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