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날

나이 듦에 대한 고찰

캘리 E. 2020. 10. 28. 14:53

Photo by Kelly E. @ Insadong Oct, 2019

제목이 거창하기만 하다.

사실 그냥 요즘 나 스스로가 느끼는 나에 대해 두서없는 글을 써보기 위해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았을 뿐이다.

요즘은 시간이 참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월요일인 줄 알았는데 벌써 수요일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까?

 

20대에는 뭘 해도 시간이 참 더디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평생 젊음과 열정과 원대한 꿈이 내 곁에 있어줄 것만 같았다.

맨얼굴로 돌아다녀도 내 피부는 자외선의 공격을 절대 받지 않고 언제나 티 없는 피부를 유지할 것이며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날씬하고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할 것만 같았다.

30대에는 나는 비록 30대 이지만 모두가 나를 20대로 볼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착각 속에 살았다.

무언가 일을 시작하면 잘 진척이 되었고 또 그만한 능력이 나에게는 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살았다.

그리고, 40대를 조금 넘긴 지금의 나는 비로소 겉으로 보여지는 나 보다 스스로가 바라보는 내면의 나를 좀더 돌보며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미처 잘 보살피지 못했던 내면의 나, 겉모습에 가려져 외면당했던 나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내면의 나에게 아무렇지 않지 않은 일들을 무시하고 간과하며 살아온 지난날들이다.

겉은 웃고 있었으나 속은 울고 있던 나였고, 겉보기엔 자신감 넘치고 잘 웃는 나였지만. 정작 내가 느끼는 나는 늘 자존감이 낮고 불안한 아이였다.

사랑받지 못할것 같다는 불안함과, 늘 뭔가를 하지 않으면 지금 내가 누리는 것들이 금세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날들이었다.

 

40대가 되고보니-결코 아직도 내가 40대임이 믿기지 않지만-하루하루 시간은 빨리 흐르는 것 같으나 내 마음의 시계는 정작 좀 더디 가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보여지는 현상들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코앞에 닿은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카메라 줌을 밀어내서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고, 다른 누군가의 어려운 상황이 더 입체적으로 공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감히 손 내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얼마 전 교회 동생이 힘들어 보여 그저 안 되는 실력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손글씨로 몇 자 적어서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내줬다. 나는 그저 썼고 찍었고 보냈을 뿐인데 그 동생에게는 적잖이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손글씨 쓰기를 시작하길 잘했다 생각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매일 인스타를 통해서 멋진글귀와 감동의 메시지를 적어서 올리는 많은 사람들의 글을 통해 힐링하는 시간을 갖는다.

글에는 정말 힘이 있다. 

 

40대에 닿아서 비로소 나는 깨달아 간다.

만족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그리고 나이 들어감이 얼마나 멋스러운 일인지 말이다.

꼬꼬독의 김민식 피디님의 말처럼,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의미가 없다. 

그저 현실을 충실하게 살고 오늘의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는 그렇게 잘 익어가는 내가 되어야겠다.

더 감사하면서 더 나누면서 더 사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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