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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갬성

내가 나름의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결코 버리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와 카세트 테이프 그리고 뮤직 CD들이다. 웬만한 다른 물건들은 정말 버리기 아까우면 사진으로 남겨두었는데 요 녀석들은 사진으로 남긴들 듣지 못하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어서 결코 버리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버릴 수 없을 것 같은 아이들이다. 한국에서 내가 즐겨하던 취미 중 하나는 바로 점심시간에 회사 지하에 있는 에반 레코드에 가서 새로 나온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CD를 사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모아둔 CD들이 제법 많았는데 이제는 겨우 100여 개 남짓 내 곁에 남았다. 카세트테이프는 대략 30여 개 정도만 남아있는 것 같다. 내가 중학교 때 난생처음으로 정연준의 카세트테이프를..

쉽지만 어려운 일

드라마를 보면 가끔 공항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스토리가 나온다. 사랑하는 여인이 가족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떠나야 하고 그 여인이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애타게 기다리는 남자는 나타나 주지 않고 결국 출국장으로 들어가면서 계속 뒤돌아 보다가 마지막엔 숨 가쁘게 달려와 서로 포옹을 하며 나중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눈물바다가 되어 결국 헤어지는....... 요런 장면. 그라마이기에 가능한 그런 장면들. 그런 사연과는 사뭇 다르지만 나에게도 잊지못할 공항에서의 추억이 하나 있다. 오랜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었기에 나는 결국 인천공항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탑승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랜 친구 녀석이 양복을 빼입고(?) 내 앞에 나타났다. 나에게는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조금 당황스러운 ..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2)

드디어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의 원본 'Something to Some' by Javan (Published in 1984). 가끔 너무 갖고 싶은데 시중에 새것으로 구할 수 없어서 used로 책이나 음반을 구입하곤 하는데 그런 것을 받아볼 때는 새것을 받아보는 것보다 좀 더 벅찬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정현종 시인이 방문객 이라는 시에서 표현한 것처럼 마치 한 사람의 일생이 나에게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만 같은 그런 벅찬 감정이 밀려올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은 분명 누군가 1984년에 구입을 했을것이고 구입한 이는 한 장 한 장 이 책을 읽어가면서 많은 것들을 깨닫고 또 누군가에 좋은 구절을 적어서 편지를 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unknown history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