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날

민트향 품은 소소한 일상의 기록

캘리 E. 2020. 11. 22. 14:15

Photo by Kelly E.

2020년의 달력이 이제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몇 안 되는 나뭇잎만큼 몇 장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내 마음의 시계는 코로나로 인해 평범하던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니기를 시작한 3월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들이 물을 돈주고 사 먹게 될 거라고 했을 때 반 전체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막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거짓말 같던 일들이 일상되고 현실이 되어 있다.

우리가 마스크를 이렇게 매일 써야하고, 또 마스크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서 대량으로 구입해서 집에 몇 박스씩 쌓아두고 살게 될 거라고는 불과 작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한국 뉴스기사를 보니 올해는 졸업사진에도 마스크를 쓰고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마스크로 가려진 친구들의 얼굴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너무 속이 상한다. 

백신 소식으로 전 세계가 들떠있는 요즘, 이것이 단순한 제약회사들의 돈벌이를 위한 과대광고가 아닌 정말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아픔의 시기를 말끔히 치료해 줄 진정한 백신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내가 매주 챙겨보는 유투버가 매일아침 일어나면 신선한 생강 몇 조각과 레몬, 그리고 민트를 미지근한 물에 우려서 마신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너무도 건강한 조합이고, 나 자신을 피부건강과 원활한 신진대사를 위해서 그 정도는 투자해 줘야겠다 싶어서 몇 주 전부터 모닝 루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가끔은 조금 귀찮아서 거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마셔주니 몸도 마음도 힐링되는 기분이다. 

화초를 키우고 뭔가 꾸준히 정성을 쏟아 기르는 것에 소질이 없는 내가 큰 맘을 먹고 민트 모종을 사 와봤다. 민트의 은근한 향에 푹 빠진 요즘 직접 기른 민트 잎을 따서 아침에 레몬 생강물에 신선한 민트 잎을 따서 마시고 싶은 로망(?)이 생겨버린 것이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시도해보는데에서 느끼는 소소한 변화들이 새삼 즐겁게 느껴진다.

제발 금방 시들지 않게 정말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작은 시도들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더 많은 감사의 제목들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내일은 추수감사주일.

비록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만나지만 그들과 함께 이 코로나의 어려움들을 아름답게 극복해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일 아침에는 이 민트가 얼마나 더 싱그러워진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 줄지 기대하면서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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