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소환
캘리 E.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던
2017년 11월의 어느 날
20년 만에 다시 마주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이유도 없이 까르르 웃었지
그동안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온 너와 나
모습은 변했지만
그 밝은 목소리와
재미난 말투는
어쩜 그대로네
사회에서 만난 친구와는
결코 나눌 수 없는
꾸미지도 감추지 않아도 되는
너와 나의 이야기
“너는 정말 그림을 잘 그렸어”
그동안 정말 까맣게 잊고 지냈던
어릴 적 내 모습을 소환시켜준
너의 고마운 기억력
맞아, 내가 그랬지
나 정말 그림 잘 그렸었어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좋아했던 국어 선생님
그림으로 그려서 선물도 하고
그래, 난 그런 아이였어
2017년 늦가을의 그 날
내리쬐던 햇살의 따스함과
오랜 친구를 만난 행복의 온기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모습을 찾은
기쁨의 열기가 합쳐져
다시금 내 가슴을 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