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 40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침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한 기운이 집을 나서는 나에게 슬쩍 다가왔다. 올초에 받은 검사 중에 추가 검사가 필요해서 스케줄을 잡아뒀다가 코로나로 인해 몇 번을 미루고 또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오늘 드디어 큰 맘(?)을 먹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입구에서부터 이전과는 달라진 풍경이 더욱더 마음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겁이 나서 계단으로 4층까지 올라갔는데 그동안 얼마나 운동을 안 했는지 숨이 턱까지 차서 숨쉬기 조차 힘이 든다. 다른 걸 떠나서 운동을 좀 하라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겸허히 받아들이려 한다. ㅋ 대기실에서 내 이름이 불리워지길 기다리고 있는 이 지루한 시간을 결코 지루하게 보내지 않을 수 있는 나..

고구마와 치즈

대부분 고구마는 물김치와 먹어야 제맛이라고 하는데 나는 김치 맛이 고구마 맛을 누르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뜨거운 고구마와 함께 치즈를 곁들여 먹으면 치즈의 풍미도 고구마의 맛도 한껏 up 시켜줄 수 있다. 오늘은 Muenster Cheese와 함께 먹어봤다. Muenster Cheese의 고소함과 약간의 짭쪼름한 맛이 고구마와 참 잘 어울린다. 간단히 고구마로 저녁을 떼우려 했는데..... 허전한 마음에 결국 컵라면으로 마무으리 했다. ㅋㅋㅋ

괴롭거나 슬픈일이 생겼을 때

"괴롭거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조용히 머물 장소를 마련해 두는 건 아주 좋은 생각이야" - 작은 아씨들 중에서.. 때로는 생각할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이런 예쁜 책들이 마음에 위로를 준다. 괴롭거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사람에게 위로받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 무언가 더 바삐 움직이다 보면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다시금 차올라서 결국엔 더 괴로워질 때가 많다. 괴롭고 슬플수록 철저히 더 외로워지고 바닥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편이 나에게는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감사한 것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 그렇기에 다시 올라올 용기도 희망도 생겼음에 감사하다.

추억의 맛, 즉석 떡볶이

오늘따라 신당동 즉석 떡볶이가 너무너무 먹고 싶다. 특히 떡볶이 국물에 빠져있는 저 텅 빈 야끼만두가 나에게는 너무도 그리운 음식 중 하나이다. 작년 이맘때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바로 이 신당동 즉석떡볶이 집이었다. 가느다란 밀떡에 얇은 어묵과 함께 바삭한 저 야끼만두가 내 코앞에서 떡볶이 국물과 함께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봤을 때의 그 감동이란! 걸려있는 앞치마를 입고 먹는 것과, 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면 냅킨과 수저통이 있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또 몇 가지 식당에서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로 미국에서는 식당에 들어오면 입구에서 자리를 안내해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테이블에 앉는 습관 때문에 한국에 갔을 때 식당만 들어가면 입구에 서서 기다리다가 ..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물건을 주문해서 배송을 받으려면 많은 난관에 부딪혀야만 했다.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회원가입 조차도 안되거나 또 어찌어찌 가입은 했어도 국내 배송밖에 안되거나 해외 카드로 결제할 수 없어 포기한 경험이 많다. 물론 지금도 그런 싸이트가 대부분이지만언제부터인가 많은것들이 가능해졌다. 그냥 안되는가부다 하고 포기한 세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그중 나에게 가장 신나는 일은 한국 알라딘에서 미국까지 배송도 해외 카드 결제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문하고 5일이면 DHL로 물건이 집앞에 뙇 하고 되착된다.^^ 오늘은 내가 나에게 보낸 선물이 도착했다. 읽고 싶었던 허지웅 씨의 책과 연습해 보고 싶었던 손글씨 책들 그리고 새로나온 펭수 엽서 셑트 ㅋㅋ 허지웅씨의..